예정된 장거리 비행 출발 전날 발생한 충수염으로 시행된 복강경 충수절제술(맹장수술)

체한 듯한 증상이 있고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복통이 있어 본원 내과에 내원하신 30대 후반 남성입니다. 설사와 발열도 있었다고 합니다. 내과에서 촬영한 CT 상충수염이 확인되어 제 외래에 왔습니다.

푸른 원 안에 상당히 늘어난 충수가 확인되고 파란 화살표를 표시해 놓은 곳에 충수석이라고 불리는 변괴가 끼어 있는 모습도 함께 관찰됩니다. 맹장석이 맹장 내부를 막으면서 발생한 맹장염으로 보이며 끝단의 가장 지름이 넓은 곳은 15mm까지 뻗어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아마 통증은 충수가 심하게 늘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런데 환자분이 내일 해외로 출국 예정이셨대요. 출국 전 진단받고 운이 좋다고 할까, 수술 때문에 비행기를 미뤄야 하기 때문에 운이 나쁘다고 할까. 하루나 이틀 후에 맹장염이 발생하면 낮에는 외국에서 급하게 수술할 병원을 찾아야 했기 때문에 운이 좋을 것 같습니다.

주위에 유착도 별로 없고 수술은 간단하게 해결했습니다. CT에서 밝은 흰색으로 보인 맹장석을 확인하기 위해서 수술 후에 맹장을 나누어 보았습니다. 오른쪽 사진에서 보듯 편 덩어리가 확인됩니다. 평생 비행기가 지나는 길인데 왜 누구는 여기에 편이 끼어 응급 수술이 필요한 상황을 만드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맹장석으로 발생한 충수염은 보통 병의 경과가 빠른 편입니다. 비행기 타는 것은 1개월 정도 뒤로 미루게 설명했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면 영국 국민 보건 서비스(NHS)가 공식 제공하는 문서 1에서는 간단한 복부 수술 후에는 4-5일 복잡한 복부 수술 후에는 10일 정도 지나서 비행기에 타는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Chat GPT에 들어 보니 적어도 1~2주가 지나 비행기에 타라고 했어요. 제일 걱정스러운 부분은 마음 부정맥 혈전증(DVT)의 발생 가능성입니다. 장기간 비행하면 잘”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이라 불리는 2심 부정맥 혈전증, 즉 보통 다리 깊은 곳에 있는 정맥을 지나던 피가 굳어 혈관이 막히다 병이 될 수 있습니다. 혈관이 막히는 것도 문제지만, 이 혈병이 혈관에서 떨어지고 폐에 가는 혈관을 막는 위험한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고 나름대로 위험한 병입니다. 수술 후도 원래 심장 부정맥 혈전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에 장기간 비행까지 겹치면 어떻게 해도 발생 가능성이 증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습니다. 보통 수술 후에 마음 부정맥 혈전증이 발생한 경우 수술 후 수일 내에 발생할 것 같은데요, 1개월이 지나서 생기는 경우도 없는 것 같습니다. 제주도나 일본 정도 가는 짧은 비행기라면 또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장거리 비행은 1개월 정도의 여유는 두는 편이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능성은 낮겠지만, 수술 후에 합병증이 생길 것도 있고 비행 중인 기압 변화 등이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 모르니까요?1 When can I fly after surgery? https://www.nhs.uk/common-health-questions/accidents-first-aid-and-treatments/when-can-i-fly-after-surgery/2연휴에 비행기 탄다면 않나!!!”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에 주의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2/10/04/2022100402259.html3 Manish I Patel et al.The incidence of deep venous thrombosis after laparoscopic cholecystectomy. Medical Journal of Australia 1996;164:652-656.